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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생활기

이탈리아에서 맛집 고르는 법

밀라노댁 2020. 7. 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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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이탈리아 거주 5년 차. 처음에 왔을 때는 현지인 남편이 맛집에 데려가도 메뉴를 잘못 골라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었었습니다. 한 3년 차가 지나니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쏙쏙 고르는 능력이 생겨났고, 지금은 혼자 다니면서 맛있는 거 사서 현지인 남편한테 갖다 주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내가 자기보다 더 잘 고르는 것 같다고 남편한테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맛집을 고를 때 제1번의 원칙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입니다. 한국에서는 보기에는 허름해도 손맛 좋은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맛집이 있는데요, 이탈리아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100퍼센트의 확률은 아니지만 대개 허름한 집은 저렴한 가격과 그에 상응하는 저렴한 맛의 음식이 나옵니다. 관광지는 보통 시내 중심가에 있고 그런 곳에는 역사가 오래된 식당이 많습니다. 식당 외관에 설립연도를 써놓고 웨이터분들이 모두 유니폼을 입은 남자분들이라면 괜찮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가격이 꽤 높을 것입니다. 대로변에 있는 식당 말고 뒷골목으로도 왔다 갔다 해보세요. 약간 오래되어 보이지만 주인이 잘 가꾼 티가 나는 식당이 괜찮습니다. 밀라노 시내에는 한국처럼 현대식으로 인테리어 한 곳도 맛집이 많습니다.

 

여기서 제2번의 원칙 나갑니다. 영어가 들리는 식당은 피하세요. 다만 위에 쓴 것처럼 식당의 역사가 길고 유니폼 입고 서빙하시는 남자분들이 있는 관광지 식당은 괜찮을 것입니다. 관광객들만 야외테이블에 많이 앉아 있고 영어가 들리면 그 식당은 관광객 전용 식당입니다. (여러 인종이 있으면 거의 확실합니다) 식당 앞에 영어로 써놓은 메뉴까지 있으면 거의 확실합니다. 이런 곳은 가격만 비싸고 맛은 없는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바가지 물가로 원성이 자자하고 외국 가면 바가지가 없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외국이라 바가지를 써도 모르는 것입니다. 저는 현지인 남편과 살면서 그런 식당에 갈 일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아느냐고요? 바로 네이X에 올라온 수많은 이탈리아 여행 후기를 봐서 그렇습니다. 싸구려 건면으로 양만 불린 파스타 한 접시를 10유로 가까이 내다니. 밀라노 시내에서도 그 정도 저퀄리티면 4 유로면 충분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한국에서 소면으로 만든 비빔국수나 잔치국수를 만원 이상 내라고 하면 그거야 말로 바가지이겠지요?

 

제3의 원칙입니다. 이탈리아 여행할 때는 네이X에서 맛집 후기 찾지 마세요.  대부분의 후기가 관광지 식당에서 바가지요금 내고 맛없는 음식 먹은 것입니다. 혹 괜찮은 식당에 갔어도 식당이나 메뉴에 대한 설명이 대개 엉터리입니다. 예를 들어 메뉴의 반이 파스타였고 분명히 영어로도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이 집에는 파스타가 주메뉴라 아니라는 설명을 합니다. 왜냐하면 파스타라는 단어 대신 각 파스타의 이름을 써놓았거든요.  트립어드바이X도 비추입니다. 어플의 특성상 후기를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 남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맛집을 찾을 때 1번의 원칙에 따라 직감적으로 찾기 때문에 굳이 어플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관광객으로 아직 맛집 찾는 직감을 가지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구글맵을 이용하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이탈리아인 후기도 다는 믿을 수 없습니다만, 대부분의 후기가 영어나 러시아어 등 이탈리아어가 아닌 외국어로 되어있으면 믿고 걸러도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두오모 근처에 이탈리아 주식거래소 (Italian Stock Exchange)가 있는데 거기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많으니 구글맵에서 그곳을 중심으로 Ristorante라고 검색을 하면 주변의 식당이 표시가 됩니다. (구글의 AI님 때문에 구글맵 링크 못 걸어드립니다) 제일 먼저 Italy Restaurant Milano가 눈에 뜨이네요? 이름부터가 수상쩍습니다. 제가 남편과 함께 제주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관광지 앞에 크게 Korean Restaurant라고 써져있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이 거기를 가자고 하는 겁니다. "남편. 이탈리아에서나 한국식당이라고 하지. 한국에서 한국식당이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식당이야. 외국인 관광객 낚으려고 붙인 이름이라니까."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영어로 이태리 식당이라고 써놓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여하튼 이 집의 음식 사진을 클릭해봅니다. 이름에서 예상한 대로 싸구려 재료에 양만 많은 전형적인 관광객 식당입니다. 이래 놓고 가격을 얼마 받나 볼까요?

파스타 하나에 8에서 11유로까지 받네요. 저 퀄리티에는 딱 5유로 내외로 받으면 될 것 같은데요. 후기도 보니 대부분 외국인들이 써놨네요. 일부 이탈리아 사람들도 맛있다고 써놨네요. 식당 주인 친구인가? 

그 옆에 ALDENTE Sempre Pronti가 보이네요. 이탈리아에는 점심시간 이전에 미리 여러 음식을 준비해두고 손님이 골라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는데요. 사무실 많은 지역이나 동네 주민 등 단골을 위주로 영업하는 곳은 비싸지 않고 맛도 괜찮습니다. 이름이 "항상 준비된, (그러나 너무 익지 않고) 약간 씹는 맛이 있는"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삶을 때의 정석이 Aldente입니다. 뭔가 괜찮아 보입니다. 클릭해봅니다. 사진 보니 꽤 괜찮아 보입니다. 예상대로 미리 몇 가지 요리를 준비해두고 바로 주는 시스템입니다. 가격도 물까지 합치면 10유로 정도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탈리아어를 몰라도 진열대에 있는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할 수 있으니 훨씬 편합니다.

앞에 예로 든 식당과 구글 평점은 4.0과 4.3으로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누가 평점을 매겼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두 집의 음식 사진을 비교해서 보시면 감이 바로 올 것입니다. 뒤에 있는 집은 트립어드바이X에서는 검색이 안 됩니다. 

참고로 저는 이 두 집을 가보지도 않았으며 주인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식당 고르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그냥 두오모 근처에서 한 번 골라봤습니다. 

 

오늘은 점심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골라봤고, 다음에는 돈 좀 주고 괜찮게 먹을 수 있는 식당 고르는 법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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