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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종차별에 대하여 (1)

밀라노댁 2020. 7.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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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전인가 이탈리아인 남편과 아침에 바에 가서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한 10살쯤 되는 남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나보고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소리 지르고 도망간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소리를 꽥 지르며 "너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나한테 잡혔으면 아주 혼쭐을 내줄 텐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고 남편은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애가 너한테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놀리고 도망갔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탈리아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 것은 아닙니다.  길에 걸어다니면 사람들이 중국애 지나간다며 낄낄거리고 심지어 한국에서 동생이 놀러 와서 카프리 섬에 갔을 때는 어떤 식당의 웨이터가 배 시간에 늦어 뛰어가는 우리 자매 다리를 걸어 거의 넘어질 뻔한 적도 있습니다. 로마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제 모자를 빼앗아가서 잡아보라고 놀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가 다른 점은 전에는 모두 저 혼자 거나 한국인끼리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면 이번에는 이탈리아인 남편하고 같이 있는데도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전보다 과감해진 거죠. 

 

인종차별 문제는 이탈리아에 오자마자 지금까지 계속 겪었던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생각을 계속 해왔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번 제 생각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인종차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길에서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대놓고 차별적인 폭언을 듣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게 교묘하게 차별하는 것이지요. (Microaggression)

제가 생각하기에는 언론에 크게 이슈가 되는 첫번째 경우보다 두 번째 경우가 훨씬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동양인의 외모를 하고 있으면 보통 중국인으로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합니다. 워낙 많은 중국인들이 이민을 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의 눈에는 이 동양인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사는 서양인은 모두 미국인이라고 생각했 듯 말입니다. 

 

그런데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중국인으로 대변되는 동양인들은 자기 나라에 돈 벌러 온 못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이탈리아 국민 다수가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사고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것을 입 밖으로 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 경우가 인종차별의 첫 번째 종류이고요, 나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으며 의식 있는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이런 부류가 전체 국민의 다수이고요,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무의식 중에 말과 행동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인종차별의 두 번째 종류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가 대처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놓고 잘못한 게 없거든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안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봅니다. 지금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젊은 세대에서는 한국이 널리 알려져 있는 나라이지만 그 외 다수의 이탈리아인, 특히 나이드신 세대에서는 북한 외에는 아시는 게 없습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사는 나라인지 궁금하지만 대놓고 국민소득을 물어볼 수 없으니 제게 아파트값을 많이 물어봅니다. 저는 지역에 따라 건축연도에 따라 아파트값은 천차만별이라는 전제를 깔고 서울 시내 신축기준으로 시세를 말을 해줍니다. 대답을 들은 이탈리아인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입니다. 대놓고 말도 안 된다고 하거나 짜증이 나는 것을 애써 숨기고 침묵을 지킵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요? 그들의 무의식에서는 우리 유럽은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공동체인데 어디 동양의 듣보잡 나라의 아파트 값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겁니다. 제가 한국의 주식시장 규모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두 나라의 주식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이야기했다간 아마 더 이상은 예의를 지키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는 가족이 경영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시장 공개를 안 하는 기업이 많아 주식시장 규모가 작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인이고 동양인이여서 중국인이라는 말에 예민해서 그렇지 사실 인종차별은 동양인에게만 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인이 인종 차별당하면 그 소식이 네이버나 다음에 실시간 검색어에 1위로 뜨는 반면, 현지에서는 지방언론에나 실려서 그 소식을 아는 현지 이탈리아인은 거의 없습니다.) 유럽 밖에서 온 비백인에게는 다 가해집니다. 세네갈 등 아프리카 출신 청년이 이탈리아인들에게 집단으로 맞아 상해를 입은 소식을 이탈리아 언론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미나 같은 동유럽에서 온 같은 백인에게도 가해집니다. 이들에게는 폭력보다는 보이지 않게 무시하면서 차별대우를 합니다. 역시 원인은 다 같습니다. 못 사는 제3 국에서 온 외국인들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이니 아무렇게나 대우해도 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우리 유럽인보다 떨어지는 이방인들. 이탈리아인들은 특히 저소득층 이탈리아인들은 이런 외국인들을 무시하면서 우리는 이들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느낍니다.

 

이런 이탈리아인들, 유럽인들을 보면 앞으로는 인권을 외치며 뒤로는 인종차별을 가하는 것을 보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는데요.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권을 외치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이들 중 일부는 역시 인종차별하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3국에서 온 외국인보다 우리가 우월하니 유럽 시민인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들을 친구라 부르며 그들의 인권문제에 앞장서지만 그들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대등한 위치에 서려고 하면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훨씬 잘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절대 친구라는 표현을 안 씁니다. 오히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이제는 채권국이 된 중국에게 우리 친구라는 표현을 쓰며 애써 낮춰서 보려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종차별금지법이라도 만들어서 사람들이 언행을 조심하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없앨 뿐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종차별 문제가 일어난 것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누어 쓰겠습니다. 2편에 계속됩니다. 

https://unamogliecoreana.tistory.com/51?category=646277

 

유럽 인종차별에 대하여 (2)

https://www.youtube.com/watch?v=rdIuBJBz0ww 1편에 이어 씁니다. 이런 인종차별은 왜 일어날까요? 제 생각에는 가장 큰 원인은 유럽인의 뿌리 깊은 우월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760년대��

unamogliecorean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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