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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생활기

소죠르노 린노보 후기 (1)

밀라노댁 2020. 10. 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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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만 해도 4시간을 기다릴 줄은 몰랐지.

 

2주 전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죠르노를 손에 넣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4달이나 더 기다려 우여곡절 끝에 받은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지난 2월 소죠르노 린노보 신청을 하려고 밀라노 퀘스투라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인 남편이 한참을 보더니 결혼 사유로 소죠르노를 신청하는 사람은 인터넷 예약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몰라서 결혼 전에 제가 첫 소죠르노를 받을 때 도움을 준 필리핀 할머니가 운영하는  행정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그분이 정말 노련하신 분이라 믿음이 갔거든요.  그분 말로는 원래 하던 방법인 소죠르노 키트를 작성해서 우체국 가서 접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키트 작성해주고 남편한테는 필요한 서류를 알려주고 해서 50유로 드렸어요.  여기에 마르카 다 볼로 16유로, 접수 신청비를 100유로 이상 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 그리고 전자카드 발급 비용으로 그것도 16유로 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동네 우체국에 가서 접수를 했는데 제가 퀘스투라에 가야 하는 날짜(Convocazione)가 3개월 뒤인 5월 25일로 나오는 거예요. 그 날 나온다는 게 아니라 그 날 처음으로 제 서류를 심사받아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코로나 19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3월 10일부터 이탈리아 전국에 락다운 명령이 내렸지 뭡니까. 그래서 제 날짜도 자꾸 뒤로 미루어져 결국 9월 7일로 변경이 되었어요.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천재지변이니 뭐 어쩌겠습니까. 그리하여 7개월을 기다렸습니다. 

3주 전에, 드디어 그 날이 되어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 남편과 함께 밀라노 퀘스투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인터넷 사전예약제가 도입된 지가 언제인데 옛날처럼 퀘스투라 앞에 줄이 엄청나게 길게 서있는 겁니다.  접수할 때 접수일자와 시간까지 지정이 되어있어 안 기다려도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 

밀라노 퀘스투라에 입장하려면 그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관한테 당일 날짜의 리체부따를 보여줘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일 약속 인가만 확인하지 시간은 확인을 안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니 나보다 뒷 시간에 약속이 잡힌 사람들이 먼저 몰려온 것이었어요.  

건물 입구에 들어가면 짐 검사받고 바로 보이는 창구에서 다시 오늘 날짜의 리체부따를 요구합니다. 확인하고서야 대기번호를 줍니다. 입장하기까지만 한 30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안의 대기실에서 4시간 기다렸어요, 허허. 대기실을 주로 채운 건 아랍계와 아프리카계였는데요, 특히 아랍계는 부모와 애들 세네 명인 한 가족이 통으로 와서 이들이 창구에 한 번 가면 한 30분씩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결합으로 소죠르노 신청하는 분은 이거 말고 Lettera C 받으세요. (F말고 C로 시작하는 번호표)

 

4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창구에 갔더니 하는 말. 혼인증명서랑 가족관계증명서 떼 오세요! 필리핀 할머니는 작년 납세증명서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담당 경찰관의 말은 이랬습니다. 국제결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이혼 많이 하는 줄 아느냐? 너네가 이혼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압니까? 동사무소 가서 증명서 떼서 다시 오세요. 필요한 서류와 1주일 후에 다시 오라는 내용을 리체부따 위에 적어주고 직인을 찍어 다음에 들어올 땐  이걸 보여주라고 했습니다. 

이 오랜 시간 기다리고 들은 소리가 고작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라니. 둘 다 기가 막혔지만 일단 너무 지쳐서 근처 한식당 가서 밥을 먹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한국이면 동사무소 가서 증명서 떼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탈리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에는 동사무소도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그 다음날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잡았습니다.  동사무소에 가기 전에 동네 바에 들러 마르카 다 볼로 16유로짜리를 샀고요. 한국은 한 통에 1000 원하는 걸 이탈리아는 도대체 왜 16배나 받는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가서 누가 사용하는지 남편도 모른답니다. 그리하여 동사무소에 마스크 하고 들어가니 마르카 다 볼로와 50센트인가를 또 요구합니다. 이건 진짜 발급 비용인 것 같습니다.  이전 같으면 다음에 찾으러 오라고 했을 텐데 코로나 19 시대라 이탈리아 답지 않게 미리 준비를 해놨습니다. 

1주일 후에 이번에는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빨리 입장할 수 있겠지. 착각이었습니다. 아랍과 아프리라계 사람들은 잠도 안 자나 봅니다. 이미 퀘스 투라 앞에는 바글바글합니다.  새벽에 기도하느라 잠도 안 자고 오나. 이번에는 바로 가족 비자 전문 창구로 번호표를 뽑아줘서 한 2시간만 기다렸습니다.  이번에는 창구에서 모든 서류가 완벽하니 소죠르노 일리미따또를 주겠답니다.  지난주에 왔을 때는 2년짜리 준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는데 말이죠. 내일 찾으러 오랍니다. 그런데 분명 난 전자카드를 발급받으려고 16유로를 냈는데 이 분들이 그건 구경도 못 했는지 또 펄럭거리는 종이로 된 걸 주려고 하는 겁니다. 따지려다가 이러면 앞으로 얼마나 수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기 때문에 그 돈은 버린 셈 치고 곱게 또다시 종이로 된 걸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뒷날 혼자 또 가서 2시간을 또 기다려 결국 받았습니다. 

즉, 이렇게 어렵게 돈과 시간을 버려가며 받은 이유는 첫째로 필리핀 할머니가 이전과는 달리 잘못 말해줬기 때문이고, 애초에 근본적으로 그 할머니한테 가게된 원인은 밀라노 퀘스투라 사이트가 제대로 업데이트가 안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탈리아의 관공서 사이트처럼 말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사이트에 써져있는 것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반드시 전화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퀘스투라는 전화하면 아무도 안 받지요. 

다행히 앞으로는 퀘스투라에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다시 돌아갈 일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퀘스투라에서 대기하면서 본 것과 들은 것을 써볼까 합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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