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이야기

이탈리아 수능, 너무 낮은 난이도로 논란 본문

아시아투데이 밀라노 통신원

이탈리아 수능, 너무 낮은 난이도로 논란

밀라노댁 2021. 7. 7. 20:11
반응형

1884년에 개교한 밀라노의 명문 만조니 고등학교의 전경. 사진= 만조니 고등학교 페이스북 갈무리

  이탈리아의 대학 수학 능력시험이 예년에 비해 쉽게 출제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롬바르디아 주의 자료를 인용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7일 자 보도에 따르면 고전에 특화된 명문 만조니 고등학교의 경우 만점을 받고 우등 졸업하게 된 학생이 100명이나 나와 학교가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또 다른 고전 학교인 베카리아 고등학교의 경우 응시자 168명 중 50명이 우등 졸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실업계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호텔관광 학교인  카를로 포르타에서는 응시생의 24%가 우등 졸업을 하게 되었다. 명문 예술고인 브레라에서도 우등 졸업자가 21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우등 졸업 뿐만 아니다. 유급생도 현저히 줄었다. 밀라노에서 가장 큰 인문계 고등학교 중 하나인 비르질리오는 전교생이 1500명이고, 그중 330명이 졸업반인 5학년이다. 그러나 그중 4명만이 졸업시험 전에, 2명은 후에 유급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많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학생 전원이 졸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1년에 총 학생 수의 4% 정도, 실업계에서는 10% 정도의 학생이 다음 학년에 진급하지 못한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학사관리가 왜 이렇게 쉬워졌을까? 각 학교의 교사들은 작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행정명령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에자메 디 마투리타 (Esame di Maturità)가 수능의 역할을 대신한다. 따로 대입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신과 졸업시험의 점수를 합산해서 대학 입시를 결정짓게 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나뉘는데, 보통 이 시험을 치르는 데 3일이 걸린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수험생을 며칠씩 한 데 모아놓고 시험을 치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작년 4월, 정부에서 특별 행정명령을 내렸다. 필기시험은 치르지 않고 구술시험만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아지자 유급도 적게 시키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물론, 구술 시험도 쉽지 않다. 사흘간 보는 시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큼 어렵다. 수험생 한 명이 6명의 심사위원과 1시간 동안 시험을 쳐야 한다. 주제는 마지막 학년에 배운 내용 중 각 과목에서 골라서 나오는데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래도 이틀간 봐야 하는 논술형 필기시험이 없으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좀 더 부담이 덜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아시아투데이에 게재되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