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이야기

한이가정에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1) : 피자 본문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한이가정에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1) : 피자

밀라노댁 2020. 6. 2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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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애독자 최 모 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보는 사람 몇 없는 블로그에  댓글도 별로 없어서 벽에 혼자 말하는 기분이 들어 포스팅을 하다 말다 했는데, 

뭐 먹고 사는지 올려달라고 하니 한 번 올려봅니다. 이 글을 보는 최모씨는 봤으면 꼭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 집은 다른 집과 매우 다르게 먹습니다. 일반 이탈리아 가정과 다른 건 당연하고, 다른 한이 가정과도 다르게 먹습니다. 이유는 나도 남편도 색다른 외국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 이탈리아 요리나 한국 요리 먹는 것을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 식탁에는 어제는 이탈리아, 오늘은 한국, 내일은 중국, 그다음 날은 중동 요리가 올라옵니다.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요리를 자주 먹듯, 유럽인들은 중동요리를 자주 먹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올리는 것을 보고 다른 이탈리아 가정이 이렇게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거기에다가 남편은 남부 사람이 아닌 북부 밀라노 토박이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이탈리아 요리로 알려진 파스타를 의외로 자주 안 먹습니다.  남편하고 연애 결혼 다 합쳐 7년째인데 그 7년간 시댁에서 파스타가 나온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한여름에 가도 리조또가 나옵니다.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 주, 특히 시어머니 고향인 파비아는 대표적인 쌀 생산지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알프스 산맥 밑이라 주로 감자에 베르짜라는 배추과 채소, 바로 옆동네에서 생산되는 고르곤졸라 치즈에 옥수수가루로 만든 폴렌타를 위주로 먹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화려한 남부 이탈리아 요리는 아마도 잘 안 올라올겁니다. 그래도 한국인 마누라가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은 해산물 가득 파스타를 해 먹기는 합니다. 

 

반반 피자. 왼쪽은 남부식 오른쪽은 북부식.

 

그럼 첫번째 요리.

처음이니까 그래도 대중적인 피자로 갑니다. 피자는 대표적인 남부 음식이지만 여하튼 전국에서 먹으니까요. 

대신 남편은 토핑을 북부사람답게 합니다. Prosciutto Cotto (Cooked Ham, 북부 모데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햄)에 모짜렐라를 얹습니다. 매 주말마다 남편이 피자를 만드는데 반죽은 남편이 토핑은 각자 알아서입니다. 남편은 매주 똑같은 이 구성으로 먹습니다. 

한국인 마누라는 역시 남부 입맛이기 때문에 북부 스타일 안 먹습니다.

 

남부 풀리아 주 레시피 하나 올립니다. 

원래 피자 토핑이 아니고 보통 Orecchiette라는 뒤집어진 귀모양의 파스타와 같이 먹는 건데 이걸 유튜브에서 피자 토핑으로도 쓰는 걸 보고 따라 해 본 겁니다. 진짜 한국인 입맛에 딱 맞으니까 해 먹어보세요.

 

1. Cime di rapa (한국에서는 무청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단을 밑에 두꺼운 부분은 떼 버리고 먹기 좋은 야들야들한 부분만 골라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팔팔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살짝 데칩니다. 이태리 레시피는 7분간 삶으라고 되어있는데 그러면 한국 사람 입맛에는 너무 곤죽이 되어 나오니 2분 이내로 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태리에서는 뭔 채소든 다 곤죽을 해서 먹기 때문에 씹는 맛이 하나도 없습니다.)

 

2.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앤초비 몇 마리를 넣고 향을 냅니다. 이 때 앤초비 국물도 같이 넣어주면 맛이 더 좋아요. 

 

3. 향이 적당히 나면 거기에 아까 데친 무청을 넣고 잘 볶습니다. 거기에 건조 토마토를 적당히 잘라서 넣고 같이 볶습니다. 

 

4. 파스타로 해 먹을 분은 여기에 삶은 파스타를 넣어 잘 섞어서 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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