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이야기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5) : 된장찌개와 오이탕탕이, 그리고 풋고추 본문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5) : 된장찌개와 오이탕탕이, 그리고 풋고추

밀라노댁 2020. 7. 2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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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새로운 음식을 소개해드리려고 일부러 이탈리아 요리만 골라 올렸는데요, 저희도 한식을 먹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한국인 가정과는 조금 다르게 먹을 뿐입니다. 

 

 

 

오늘은 된장찌개와 오이탕탕이, 그리고 풋고추에 쌈장을 준비해봤습니다. 

 

사진상으로는 간단한 한상일 뿐이지만 이탈리아인 남편이 이해하고 먹을 수 있게 준비할 수 있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탈리아인 남편은 한식 중에 된장찌개를 제일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 좋아하냐면요, 항상 한 그릇으로 끝나지 않고 두 그릇을 먹습니다. 원래는 저 국그릇을 쓰지 않고 저 두 배만 한 그릇에 두 번을 먹었다가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먹는 양을 줄였습니다. 외국인 남편이 된장찌개를 잘 먹으면 좋지 않냐고요? 그게 맛있는 된장을 구하기 어려운 외국에 거주하면 아까운 한식 재료를 아껴야 합니다. 귀한 된장을 맛있다고 막 먹으면 나중에 된장찌개를 못 먹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한국에서 택배로 받기도 어렵습니다. 이탈리아 세관에서 웬만한 식재료는 통과를 안 시키기 때문입니다. 

 

다만, 된장찌개를 좋아해도 국물은 많이 먹지 않습니다. 이는 식습관의 차이때문인데요. 식사 중에 국을 먹으면서 목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인들은 국 대신 물이나 음료수 혹은 와인 등으로 이를 해결합니다. 그래서 국물 있는 요리를 못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밥상에 물컵이 올라가 있지 않은 것도 제가 따로 이를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남편의 국그릇에는 국물을 거의 넣지 않았고 제 국그릇에는 국물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된장찌개 끝에 다진 마늘 대신 마늘 가루를 넣습니다. 

 

밥은 한국식 찰기가 있는 쌀 대신 리조또용 찰기 없는 쌀을 써서 부피가 커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일인당 쌀 반 컵 조금 정도예요. 반찬은 이것저것 많이 하지 않고 딱 한 개만 했는데요, 이것도 시행착오 끝에 배운 것입니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한국식으로 반찬 두어 가지에 김치 등 밑반찬을 냈는데요. 이렇게 한 상에 여러 요리를 한 번에 내니 한 그릇 음식에 익숙한 이탈리아인 남편이 밥상 앞에서 어리둥절하더라고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죠. 

지금도 일단 자기 앞에 있는 밥하고 국을 먼저 먹어버리구요, 그다음 밥 없이 맨입으로 반찬을 몇 점 집어먹습니다. 이러니 먹는 양이 적어지고 조금만 있으면 배가 고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접시에 반찬을 따로 덜어먹는데, 오늘은 블로그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어서 전처럼 같이 담아버렸네요. 

 

저 오이탕탕이는 한국식이 아닌 중국 원조 레시피를 따라한 것입니다. 한국 레시피는 식초, 설탕, 다진 마늘 정도만 들어가지만 중국 원조 레시피는 이보다 훨씬 많은 재료가 들어갑니다. 오향분으로 향낸 라유와 중국 식초가 들어가서 고급 중국집 맛이 납니다. 

 

저 풋고추는 요즘 이탈리아에서 제철인 Friggitelli라는 종입니다. 맵지도 않고 식감이 아삭이 고추같아 꽤 맛있습니다.  이탈리아인 남편과 같이 장을 보러가서 샀는데요, 남편은 이탈리아식으로 오븐에 구워서 낼 줄 알았나 봅니다. 아무 요리도 안 한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먹으라고 하니 잠시 당황하더라고요. 그래도 쌈장이 맛있다고 잘 먹었습니다.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이 사는 집에서 한식과 중식을 같이 차려 먹었습니다. 사실 한식먹는다고 썼는데 중국식 반찬이 들어가서 다국적 식탁이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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