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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능력 검정시험 후기 (5) : 필기시험 당일 본문
2019년 8월 31일 토요일. 부산에 있는 동의대학교에서 시험을 보았다.
동의대학교는 산 중턱에 있는 학교이다. 2호선 동의대 역 5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동의대로 가는 셔틀버스가 보인다. 그것을 타고 10분간 타고 올라가면 동의대가 나온다. 왼쪽에 있는 공대 건물이 시험장이었다.
대학교에는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아침으로 싸온 사과를 복도 끝에 있는 베란다에서 먹으면서 한국어학 노트를 보았다.
시험 전 칠판에 붙여놓은 자리배치도를 보고 맞게 앉으면 되는데 하필이면 건물 바로 밖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창가에 앉은 사람들이 항의를 해서 모두 복도쪽으로 한 줄씩 옮겨 앉게 되었다.
드디어 한국어학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지를 펴드는 순간에 눈앞이 깜깜했다. 처음 공부할 때부터 어려운 과목이었는데 이렇게 끝내 발목을 잡는구나.
내가 가장 취약한 합성어 파생어 문제가 왜 이렇게 많이 출제가 되었는지. 몇 초 사이에 내년에 또 와야되나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문제는 제끼고 막 풀어가는 데 제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다. 이를 어쩌나.
일반언어학과 응용언어학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다만 작년 기출문제와 연관된 문제가 있었는데 오답풀이할 때 개념을 꼼꼼하게 정리했더라면 틀리지 않을 문제가 있었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건물 밖 벤치에서 먹었다. 벤치에는 점심먹는 수험생들로 빼곡했는데 다른 수험생 두 분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로 말을 안 하다가 그 두 분이 한국어학 문법 문제를 이야기하시는데 듣고보니 내가 틀린 문제라 결국 같이 시험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게 되었다. 한국문화 시험에 방탄소년단 문제 나오는 거 아니냐고 농담했는데 안 나왔다. 그리고는 정말 엉뚱한 문제가 나왔다.
한국문화시험에는 고려시대에 도입된 것이 아닌 것을 고르라는데 고추인지 후추인지 정말 헷갈렸다. 방탄소년단이 지금 전세계를 휩쓸고 다니는데 이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는 한국문화인가??
여튼 사학 전공해서 평소에 어디에 쓰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는데 이번 시험에서 덕을 톡톡히 봤다. 남들 과락걱정하는 과목인데 유네스코 유산 목록만 정리하고 공부를 전혀 안 했는데 20문제 중에 14개를 맞았으니 말이다.ㅋㅋ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론은 수능과 출제 형식이 비슷하다. 단순히 교육학 이론만 암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응용할 줄 알아야 풀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수능 세대인 나에게는 아주 낯선 형식은 아니었다.
교안은 교사출신이 아니면 고득점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로 크게 준비하지는 않았다. 대신 교안에서 득점하지 못 해도 합격할 수 있게 객관식 시험에서 점수를 끌어올리자는 전략을 세웠었다.
이 시험은 시험시간이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넘어서까지 진행이 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내가 옛날에 수능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게 힘들었다.
시험 당일 6시인가 7시에 가답안이 큐넷 홈피에 뜬다. 나는 쇼핑몰 벤치에 앉아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은색 사인펜을 들어 바로 채점했다. 한국어학 쫄딱 망한줄 알았는데 나름 60문제 중에 39개를 맞아 선방했다. 그 동안 기출문제 풀이를 할 때는 항상 30문제 언저리여서 걱정을 굉장히 했었고 시험 볼 때도 다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점수가 잘 나온게 신기했다. 교안 점수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객관식 점수만 해도 213점인가? 그랬으니 1차는 확실하게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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