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이야기

해외거주 한국어교원을 위한 가이드 없을까요? 본문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해외거주 한국어교원을 위한 가이드 없을까요?

밀라노댁 2020. 10. 2. 19:22
반응형

블로그 제목과 제 아이디를 보면 알겠지만 저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한 계기도 그동안 한국어 과외 제의를 몇 번 받아봤고, 실제로 과외를 하고 있는 언니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온 7년 전만 해도 한국 하면 북한만 떠올릴 만큼 한국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었는데요, 지금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 덕에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거기에 한류팬과 관계없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40대 이상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곳 유럽은 원래부터 타문화를 잘 안 받아들이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는 보수적인 편에 속합니다. 다른 미주지역이나 아시아지역에 비하면 아직도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은 적은 편인데요. 그나마 과거에 비하면 많이 증가한 편입니다. 즉, 모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배우는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사람이 적다는 뜻입니다. 그 말인즉슨,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이미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제3외국어나 제4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제 1외국어로 배우고, 중국어나 일본어 등을 제2 외국어로 배우듯, 이들도 영어를 제1 외국어로 배우고, 불어나 독어를 제2 외국어로 배웁니다. 그 이후에 취미로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와 이들의 차이를 꼽자면 영어를 비롯해 불어나 독어 모두 알파벳을 공통으로 사용합니다. 어릴 때부터 알파벳이나 한자, 히라가나 등 한글이 아닌 글자 체계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이들은 알파벳이 아닌 다른 글자 체계를 익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아랍어를 배울 때의 생경함과 비슷하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이탈리아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은 이미 여러 외국어를 학습한 경험이 있고, 생소한 언어를 배우겠다는 용기(?)도 있는 사람입니다. 특히, 40대 이상 비즈니스 목적으로 배우겠다는 분들은 사회적 지위도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과외 제의를 받은 것도 모 글로벌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계신 분이었어요. 

이탈리아의 해외현장은 이런 상황인데, 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가이드는 다국적 학생들이 열댓명 쯤 모여 학습하는 대학교 부설 어학당 기준으로만 맞춰져 있어요.  한국어로만 가르치며, 초급 학습자들을 위해 그림카드와 활동지를 많이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학습자료도 많지 않고, 주로 고학력의 단일어권 학습자들로만 구성된 해외 현장에서는 전혀 맞지가 않습니다. 이들은 외국어를 많이 배워봤기 때문에 학습 속도가 빠르고 성인학습자이기 때문에 그림카드를 이용해서 한국어로만 학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한국어는 아니지만 몇 년 전에 한 어학원에서 일본인 교사가 일본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다가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저는 어떤 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 지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현지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면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하는 선생님들 계실까요? 해외에서 수업하는 교원들을 위한 가이드라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티스토리는 로그인하지 않아도 하트를 눌러 공감하거나 의견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해외현장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