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이야기

유럽의 인종차별 :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차별도 많습니다. 본문

밀라노 생활기

유럽의 인종차별 :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차별도 많습니다.

밀라노댁 2020. 10. 3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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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두 번에 걸쳐 포스팅 올린 적이 있습니다. 

 

유럽 인종차별에 대하여 (1)

https://www.youtube.com/watch?v=MhdSdpG3oWs  2주 전인가 이탈리아인 남편과 아침에 바에 가서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한 10살쯤 되는 남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나보고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unamogliecoreana.tistory.com

 

 

유럽 인종차별에 대하여 (1)

https://www.youtube.com/watch?v=MhdSdpG3oWs  2주 전인가 이탈리아인 남편과 아침에 바에 가서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한 10살쯤 되는 남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나보고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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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또 이 주제로 포스팅하는 것은 지난 봄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성인 남성들이 그랬다면,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합니다. 인종차별이야 제가 이탈리아에 온 첫 해부터 당해왔지만, 지금은 좀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엊그제 시댁에 갔을 때 시부모님께 여태까지 제가 당한 여러 사례를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시부모님 반응이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여기 자세히 풀어놓습니다. 

저를 비롯 유럽에 사는 한국인이나, 유럽에 관광 혹은 출장으로 오신 한국분들은 한 번쯤은 인종차별을 당합니다. 길에 가다가 중국인이라며 경멸적인 시선을 받거나, 심하면 물리적으로 폭행을 당하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많은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고, 북미나 유럽에서의 인종차별 기사가 뜨면 인기 뉴스에 오릅니다. 그리고 백인인 게 벼슬인 줄 안다고 격분합니다. 맞긴 맞습니다. 길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은 현지에서도 별 볼 일 없고 주변에서 무시당하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내세울 게 백인인 것 밖에 없는 거지요. 

그런데 제가 시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는 인종차별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심한 차별이 있다는 것을요. 시아버지는 남부 시칠리아 출신이고, 시어머니는 북부 밀라노 근처 파비아 출신입니다. 그야말로 남남북녀 부부인데요. 보통 남부 출신이 키가 작고, 북부 출신이 키가 큰 편인데요. (사람마다 달라서 백 프로 그렇지는 않고 대략 그렇다는 말입니다.) 시아버지는 반대로 키가 크고  푸른 눈에 금색을 띈 갈색 머리털을 가진 전형적인 북유럽인의 외모를 가졌고 ( 시어머니는 저와 비슷하게 키가 작으시고 눈동자가 검은색이고 머리색도 검은색입니다. 시부모님의 출신과 외모를 구체적으로 묘사를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시아버지는 70년대에 농어업 위주인 남부 시칠리아에서 공업 위주인 북부 밀라노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해 오셨습니다. 그때 북부 출신 시어머니를 밀라노에서 만나 결혼하게 되었는데요. 두 분 다 그 당시에 차별과 폭력에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시아버지는 농사를 주로 짓는 남부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단어인 Terrone라는 말을 매일 같이 듣고 무시당하며 사셨답니다.  (한국어로는 촌놈쯤 될 것 같은데요, 이것보다 들었을 때 기분이 훨씬 나쁜 단어입니다. 촌놈과 Terrone는 둘 다  시골 출신이라는 뜻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시아버지의 외모는 북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시칠리아 사투리 때문에 남부 출신이라는 게 티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당시 밀라노의 한 가게에는 입구에 아예 Terrone 출입금지라고 써 붙여놨답니다. 예전에 미국에 인종차별이 심할 때 어떤 가게에는 유색인종 출입금지라고 써놨다더니 딱 그 꼴입니다. 아예 같은 사람으로 취급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재 시아버지는 시칠리아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으십니다. 얼마나 차별당했으면 말투를 북부식으로 바꿔버렸을까 싶습니다.

시어머니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그 당시에 출퇴근 길에 너무나 많은 성추행에 위협을 당해서 지금 현재도 시아버지 없이는 외출을 혼자 안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70년도에 회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중 골목길에서 차 두 대가 앞뒤로 가로막아 큰 일 날 뻔했다거나, 버스 안에서 공사장 인부가 뒤에서 와락 껴안아 온 몸이 먼지로 뒤덮인 일 등등당하신 일이 너무나 많아 그 이야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게 과거에 시어머니만 당한 일이 아니라 현재 시어머니와 그 친구들까지 해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시어머니 친구, 60세가 넘으신 이탈리아분, 가 역시 키가 작으신 분인데 최근에 길에서 초등학생들한테 봉변을 당해서 혼자 외출을 못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그동안 당한 것은 꼭 동양계여서가 아니라 키가 작고 만만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동양계 키 큰 남자도 인종차별당하고 폭력에 노출됩니다. 그런데 여자는 더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제 시부모님이 어디 도시 슬럼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밀라노 교외에 한적한 곳에 사십니다. 주변에 동유럽계 외국인 빼고는 보통 슬럼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랍계나 아프리카계 등의 외국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동네입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인끼리 차별을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글 제목을 이탈리아의 인종차별이 아닌, 유럽의 인종차별이라고 지은 것은 시부모님 외에도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차별의 사례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이탈리아어 코스에 다닐 때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산업혁명 이후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져서 일자리가 부족한 남부 출신 위주로 (북부 출신도 많이 나갔습니다) 해외 이민을 많이 갔답니다. 이탈리아인이 이민을 주로 많이 간 국가가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3개국인데요. 특히 호주에서는 이탈리아 말을 길거리에서 듣는 것조차 싫어했고, 냄새나는 앤초비 먹는다고 싫어했답니다. (딴소리지만, 지금 호주에서 커피 문화를 자랑하는데 그거 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전파한 겁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서 간 이민자들을 누가 환영해줬겠습니까. (현재 미국에서 이탈리아 문화로 알려진, 피자, 마피아 등은 모두 남부 문화입니다.) 이탈리아인들도 이민의 역사가 긴 만큼 차별받고 산 역사가 길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이게 다 과거의 일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북부에서 남부를 차별하듯, 유럽 전체에서도 북유럽에서 남유럽을 차별합니다. 이유는 똑같습니다. 놀고먹는 무식한 못 사는 남부 사람들이라는 거죠. 밀라노 사람들도 시칠리아 사람 그렇게 차별해도 독일 가봤자 자기들도 차별당합니다.  왜? 독일인보다 게으르고 무식한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거죠. 그럼 독일인들은 차별을 안 하고 안 당할까요?

여기서 예전에 제가 들은 독일인 친구의 사연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독일인 친구는 구 동독 지역 드레스덴에서 독일인 엄마와 아프가니스탄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과거에 이 지역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기 동네에서 자기 가족만 유일한 외국인 가족이었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너무나 심한 따돌림과 인종차별을 당해서 자기 고향을 떠나 북유럽으로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그럼 구 서독 지역으로 가면 되지 외국까지 갈 건 뭐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답했는지 아십니까? 구 서독지역으로 가면 이번에는 동독 출신이라고 차별당한답니다. 아예 독일을 떠나 외국으로 가는 게 답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소원대로 자국을 떠나 노르웨이에 있는 한 대학에 석사를 갔는데 거기서 취업도 하고 잘 정착하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사실 이 친구한테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저는 독일 출신이 북유럽이나 스위스에 가면 역시 촌놈 취급당한다고 들었습니다. 자국에서 지역과 인종으로 차별받는 게 나은 건지, 외국에서 출신 국가로 차별받는 게 나은 건지 모르겠네요. 

정리하면, 유럽에는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그들끼리도 지역, 성별 등에 따라 차별이 있겠다고 하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차별이 심한 가에 대해 이모저모로 생각해봤는데요. 우선 한국과 달리 단일민족이 아닌 여러 민족이 섞여 사니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며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외모가 비슷한 한중일도 서로 얼마나 다릅니까? 그런데 외모도 정말 다르고 종교, 문화, 기후마저 다른 독일인과 이탈리아인이 서로 이해하며 사이좋게 살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유럽인들의 콧대 높은 자세는 이러한 차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밀라노 출신 이탈리아인끼리 모이면 대화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남부 출신 비판입니다. 이 대화의 끝은 항상 우리도 문제가 많지만 그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다입니다. 자국민끼리도 비판에 열을 올리니 자기보다 발아래 있다고 생각되는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어마무시하게 비판하겠지요? 이 코로나19 사태로 한시가 급한 이탈리아에서, 주요 신문 중 하나가 한국에 개고기 농장이 문 닫았다는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내놨습니다.  한국인들의 대화 주제와 너무나 다르지 않습니까? 우리는 항상 부족하니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한국인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는 형국이고, 이탈리아인들은 개선해야 할 점이 차고 넘치는 데 그 말보다는 남의 흉보는 데 열을 올립니다. 이러한 마인드가 대부분의 이탈리아인에게 깔려있는데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겉으로 차별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차별)을 안 하고, 가정교육을 못 받은 사람은 길거리에서 만만해 보이는 아무한테나 헛소리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겁니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 해외에 사시는 분들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차별받은 경험은 한 번쯤은 다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경험과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어머니는 위험하니 참으라고 하시던데 그냥 입 다물고 살기엔 제가 화가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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