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이야기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10) : 석류 리조또 본문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한이가정은 무엇을 먹는가(10) : 석류 리조또

밀라노댁 2020. 11. 1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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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이 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시리즈가 10편까지 왔습니다. 이탈리아 교민사회에는 현직 셰프나 요리 고수 분들이 워낙 많아 이 시리즈를  올릴까 말까 고민을 꽤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에 사는 최 모 씨가 이탈리아에서 뭐 해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참, 제가 제목을 '한이 가정은 무엇을 먹는가? '로 달았는데요, '한이 가정'이라는 표현이 한국에 사시는 분들께는 생소한 가 봅니다. 이탈리아 교민사회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한국/이탈리아 국제결혼한 가정을 지칭합니다. (Italo-coreana) 한이 가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셔서 설명해봤습니다. 

이탈리아 리조또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석류 리조또 레시피 시작합니다. (제가 신맛 성애자입니다.)

 일단 석류 하나를 준비합니다. 이탈리아 레시피에는 보통 2인분에 한 개를 쓰라고 되어있는데요, 이게 석류 크기에 따라 개인 기호에 따라 달라지니 양은 자유로이 가감하시면 되겠습니다. 

칼로 반을 딱 가릅니다.

나중에 장식용으로 쓸 몇 알을 따로 빼둡니다.

나머지는 즙으로 짜냅니다. 사진에 보이는 즙 짜는 기계 예쁘지요? 에셀룽가 사은품으로 받은 것입니다. 이 마트의 적립 포인트를 이탈리아 사람들이 코로나 19의 와중에도 눈에 불을 켜고 모으는 이유입니다. 

바닥이 좀 두껍고 평평한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습니다. 

양파가 살짝 투명해질 때쯤 생쌀을 넣어 같이 볶습니다. 

그리고 석류즙을 붓습니다. 보통 리조또에는 화이트 와인을 붓는데, 석류즙 자체가 신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와인을 부어주지 않습니다. 양파를 볶는 과정부터 와인을 붓는 과정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리조또 레시피에 공통으로 들어갑니다. 쌀이 석류즙을 흡수해서 물기가 날아갈 때까지 볶아주세요. 그래 봐야 1,2분입니다. 

그리고 물을 붓고

스톡을 넣어줍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레시피는 정통 레시피와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원래는 쌀을 볶을 때 옆에서 물에 스톡을 넣고 끓이고 있다가, 볶은 쌀에 한 국자씩 부어주며 정성스럽게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외국인 며느리인 저는 그 과정이 귀찮아 물을 냅다 부어 끓여버립니다. 이탈리아인, 그것도 리조또의 본고장 북부 출신 시엄마가 보시면 기절하실 일입니다.

 뭐, 몇 년 전에 농장 체험한다고 로마 근처 시골에 가니까 거기에 사는 이탈리아인들도 저처럼 리조또를 요리하더만요. 어차피 그들도 리조또가 자기네 고장 요리가 아니니까요. 심지어 리조또를 압력밥솥으로 하는 분도 봤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자리를 지키고 한 국자씩 육수를 부어가며 요리하냐고 하더라고요. 모든 것이 느리게만 돌아가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어 중 '빨리빨리'를 좋아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농사짓는 분이니 농번기 때는 휴일 없이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셨어요.

쌀이 약간 씹히는 듯할 정도 (알 덴떼)로 익으면 다 된 겁니다. 그릇에 옮기고 아까 따로 빼둔 석류알로 장식하면 끝입니다. 원래는 백미를 써서 크리미하게 질감이 나와야 되는데요, 저희는 리조또를 별미가 아닌 밥처럼 자주 먹기 때문에 오분도미로 요리했습니다. 그래서 질감이 백미만큼은 크리미 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부식 정통 스타일은 리조또에 파르미쟈노 레쟈노 (이것의 저렴이 버전이 미국에서 만들어 낸 파르메산 치즈. 오리지널은 24개월 숙성시킨 치즈 한 덩이가 600유로를 넘습니다. 이것보다 훨씬 비싼 것도 많습니다. 치즈 공장에서 도매로 넘길 때의 한 덩이로 약 38kg 정도입니다. 소매점에서는 보통 100그람에서 1킬로그램 단위로 팝니다. 당연하지만 향이 비교가 안 됩니다.) 나 그라나 파다노 치즈 가루를 뿌려먹습니다.  농장체험을 하기 전에는 이탈리아 전국에서 이렇게 먹는 줄 알았는데요.

중남부 지방에서는 리조또 위에 올리브 오일을 뿌려먹더라고요. 한국인인 저에게는 이게 훨씬 입맛에 맞았습니다. 따뜻한 리조또 위로 올리브 향이 올라오는 게 괜찮았어요. 한국에서 볶음밥 위에 참기름 뿌려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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