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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농장체험기

이탈리아 첫번째 농장 :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소개

밀라노댁 2022. 6. 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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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첫번째 농장의 '공주님' 고양이와 그를 흠모하는 강아지(?). 고양이 이름이 진짜 '공주'였다.

 

이탈리아 농장 체험기 시리즈는 2017년 봄에 경험한 일을 기록한 것입니다. 

 

마우로네 농장 도착

 우리가 첫 번째로 일한 농장은 이탈리아 로마 북쪽 방면으로 70km 떨어진 베트랄라 (Vetralla)에 위치하고 있었다. 큰 캐리어를 끌고 밀라노에서 로마 (약 570km)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완행열차로 갈아탔다. 기차역에서 내리니 큰 개 두 마리 (한 마리는 위 사진의 조연으로 등장)가 달려오더니 곧 농장 주인아저씨도 오셨다. 마르고 키가 큰 체형의 마우로(Mauro)와의 첫 만남이었다. (나이가 50대 중반 이상으로 보이셨기 때문에 높임말을 사용하는 게 맞지만, 곧 친해져서 이탈리아어로는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어로 높임말을 사용하려니 꽤 어색해서, 그냥 하던 대로 하겠다.) 개 털이 수북한 차 뒷자리와 아저씨의 말을 잘 듣는 개 두 마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개 두 마리의 이름은 각각 뽈도 (Poldo: 만화 뽀빠이에 나오는 윔피의 이탈리아어 이름, 햄버거를 엄청나게 좋아함)와 핀타 (Pinta: 콜럼버스가 첫 대서양 횡단에 나설 때 데려간 세 척의 배 중 가장 빠름)였다. 

 농장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으니, 곧 마우로가 2.5 헥타르 (약 7500평) 정도 되는 농장을 구경시켜 주셨다. 한국에서야 규모가 작은 편이 아니겠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알프스 등의 산악지대를 제외하고는 규모가 많이 작은 편이다. 이 농장 소개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이 농장에서 어떤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지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농장에 도착해서 마우로가 우리에게 설명해준 것과 앞으로 우리가 한 일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소개 

 마우로네 농장은 바이오다이내믹 (Biodynamic)이라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유기농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이 방법이 가장 최고 등급이다. 이 농법으로 지어진 농산물이나 제품은 유기농 제품 중에서도 가장 가격이 비싸다. 바이오다이내믹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곳은 많으나, 협회에서 정식으로 인증을 받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이 농장이 바로 그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단순히 유기농인 것뿐만 아니라 품질이 매우 좋아서, 유기농식을 하지 않는 이들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와인)

 나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최고 등급이라거나 가격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그 방법의 독특함에 있었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1924년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시하였다. 농학자도 아닌 철학의 일종인 인지학자가 만든 농사법이라.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분은  전인체 교육을 중시하는 발도르프 교육학도 만드셨다. (이 농장 말고 몇 달 후에 방문한 알프스의 바이오다이내믹 농장에서는 실제로 자녀를 발도르프 학교에 보냈다.)

 내가 생각을 했을 때 이 농법의 가장 핵심 철학은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작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작물 자체에 화학 비료를 많이 넣어서 뻥튀기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유기농작물의 경우에는 농약과 화학 비료만 사용을 안 했을 뿐,  퇴비나 비료를 과대 사용하여 작물의 사이즈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바이오다이내믹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작물이 자라는 토양 자체가 건강해야 하며, 작물은 우주의 순환 주기에 맞춰서 자라야 한다. 

2017년 5월 바이오다이나믹 달력. Lunario 2017, Michel Gros

 

달의 주기와 그에 맞는 작업을 알려주는 달력

 이런 철학을 토대로 해서 마리아 툰 (Maria Thun)이 만든 우주의 리듬에 맞는 해야 할 작업을 표시한 달력을 기반으로 농사를 짓는다.  위의 달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양 점성술의 기초부터 설명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12 별자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중 황소, 염소, 처녀자리는 땅의 속성 (노란색, 뿌리)을, 쌍둥이, 천칭, 물병자리는 공기의 속성 (하늘색, 꽃)을, 게, 전갈, 물고기는 물의 속성 ( 초록색, 잎)을, 마지막으로 양, 사자, 사수자리는 불의 속성 (빨간색, 과실)을 가지고 있다. 각 별자리는 자신을 상징하는 기호가 있다. 위 달력의 이상한 기호들은 각각의 별자리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달력의 제일 위는 달의 주기를 나타낸 것이고, 화살표로 지구와 달 간의 거리도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달의 주기에 따라 해당일의 별자리도 바뀐다.  예를 들어, 오늘이 2017년 5월 17일이라면 노란색의 날이고, 그것도 별이 세 개이니 뿌리채소 작업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날인 것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달력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도 한다. Lunario 2017, Michel Gros

 농사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하면 우주의 리듬에 맞추어하면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위의 표는 머리카락의 성장이 월별, 일별로 이렇게 진행되니, 갈라진 머리카락 관리나  염색, 파마 등은 이 주기에 맞춰서 하라는 가이드 달력이다. 이외에도 이 달력에는 손톱, 치아, 피부 관리 등의 달력도 있고, 심지어 부위에 따른 수술 날짜 잡는 가이드 달력도 나와있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비판하는 이들 중에는 이런 것들이 미신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신적이거나 말거나 품질이 좋은 게 중요하다. 그리고 시골에 살아보면 인간은 자연과 우주의 흐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특히 농업은 날씨와 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크게 받는다. 다만 자연과 분리된 도시에 살면 이 사실이 잘 와닿지 않을 뿐이다. 나중에 흉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뒤늦게서야 높은 가격을 탓할 뿐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상징. 소뿔. Manuale pratico di agricoltura biodinamica, Pierre Masson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독특한 지력 강화법

 달력뿐만 아니라 지력을 강화시키는 방법도 매우 독특하다. 제일 유명한 것은 소의 뿔에 소의 응가로 만든 퇴비를 가득 채워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두는 것이다. 또한  석영 가루를 빗물에 녹여 밭에 고루고루 살포하기도 한다. 후에 알프스의 농장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 석영이 이탈리아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멀리 브라질에서 수입해온다고 했다. 그 귀한 석영을 빗물이 담겨있는 통에 넣고 막대기로 저어 녹였었는데, 이 또한 방법이 정해져 있다. 팔이 빠질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는데, 대형 농장에서는 이걸 대신 저어주는 기계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 외에 해충 방지를 위해 서양톱풀을 붉은 사슴의 방광에 넣거나 (알프스 언덕에서 여름 내내 서양톱풀 따고 있었다.) 영양분 공급을 위해 카모마일을 소의 창자에 넣어 퇴비로 만들기도 한다. 이 외에 퇴비를 만들고 지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쯤에서 설명을 마친다. 

이제, 다음 화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장을 소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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